道傍苦李 (도방고리)

道傍苦李(도방고리)

道 길 도 | 傍 곁 방 | 苦 쓸 고, 땅 이름 호 | 李 오얏 리(이), 성씨 리(이) |

길가에 있는 쓴 자두 열매라는 뜻으로, ①남에게 버림받음을 비유(比喩ㆍ譬喩)해 이르는 말 또는, ②많은 사람이 무시하는 것은 반드시 그 이유가 있다는 뜻.


진서(晉書) 왕융전(王戎傳)과 육조시대 송(宋)나라 유의경(劉義慶)이 지은 《세설신어(世說新語)》에 나오는 이야기.

동진(東晉)의 왕융(王戎, 서기 234-305년)은 노장사상에 심취하여 예교(禮敎)를 방패로 권세를 잡으려는 세태에 저항하였다. 평생을 죽림에 묻혀 유유자적하며 청담(淸談)을 즐겨 완적(阮籍), 혜강(嵆康) 등과 함께 죽림칠현으로 불렸다. 이러한 왕융이 일곱 살이었을 때의 일이다.

그는 동네의 아이들과 놀다가 문득 길가의 자두나무에 가지가 휘어지게 많은 자두가 달려있는 것을 보았다. 아이들은 그것을 따려고 앞다투어 그 나무로 달려갔으나, 왕융만은 그 자리에 가만 있었다.

그때 길을 가던 어떤 사람이 왕융에게 물었다.

"얘야, 너는 왜 따러가지 않고 서 있는 거냐?"

그러자 왕융은 이렇게 대답하였다.

"나무가 길 가에 있는데도 열매가 저렇게 많이 달려있다는 것은 틀림없이 써서 먹지 못하는 자두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아이들이 그 자두를 따서 맛을 보니 과연 왕융의 말처럼 먹을 수 없는 것이었다.


이 일로 사람들은 왕융의 영민함을 칭찬하면서도 일면 두려워하였다 한다.

도방고리란 이와 같이 쓸 데가 없어 버림받는다는 뜻에서 시작하여 오늘날에는 모두가 버리는 것은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는 뜻으로까지 쓰이고 있다.


출전

진서(晉書) | 세설신어(世說新語)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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