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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중국 고사성어] (6) 일반천금
저에게 베풀어주신 은혜를 어찌 다 갚을까요?
정문섭 농업인재개발원장
지난 2008년 5월 스촨성(四川省) 대지진이 일어난 날, TV화면으로 폐허 장면을 지켜보던 필자는 스촨성 출신의 그 소녀가 떠올랐다.
15년 전 베이징 주중대사관 앞에서 차를 기다리던 선배는 길거리에서 구걸하던 열두살짜리 여자 아이를 보았다. 얼굴은 시커멓게 탔지만 초롱초롱 빛나는 눈빛이 안타까워 선배는 손에 잡히는대로 중국 돈 120위안을 주고 바삐 자리를 떠났다.
이튿날 아침 거지 아이는 다시 대사관 앞에 나타나 누군가를 찾는 듯하더니 선배에게 다가와 100위안을 내밀었다. "어제 주신 돈이 너무 많아서... 잘못 주신 것 같아 돌려드리러 왔습니다."
선배의 얘기를 전해들은 선배 부인이 그 아이를 데려오게 했다. 부인은 아이를 씻긴후 영양가 있는 음식을 먹이고 기본예절을 가르쳤다. 그리고 한달 동안 기본적인 우리말과 요리도 가르쳤다.
내가 아이를 만난 건 그로부터 석 달 후였다. 선배는 우리 부부를 초청해 아이를 선보이더니 아이에게 한국말을 가르쳐줄 것을 부탁했다. 저녁마다 한 시간 동안 우리는 서로 선생이 되어 많은 것을 배우고 가르쳤다. 어느날 아이가 내게 물었다. "이렇게 은혜를 입었는데 제가 어찌해야 합니까?"
나는 중국 고사에 나오는 일반천금(一飯千金) 얘기를 들려주었다. 아이는 "제가 꼭 성공해서 그렇게 하겠어요!"라며 눈을 반짝였다.
1년 넘게 그 아이에게 중국어를 가르치다 아이가 야간중학교에 들어간 후 나는 귀국했다. 까맣게 잊고 있던 그 아이의 얼굴이 떠오르게 한 것은 선배의 전화 한 통이었다. "그 애가 작년 겨울 상하이에 있는 중국 기업인 장남과 결혼해서 딸을 낳았다네. 그 애 남편이 우리 회사와 1,200만 달러짜리 프로젝트를 합작하게 돼서 다음주에 남편이랑 우리 집에 오기로 했네. 그 애도 보고 기왕이면 통역도 해주면 좋고. 참, 일반천금이 어쩌고 하던데?"
일반천금은 '사기ㆍ고조본기(史記·高祖本紀)'에 나오는 고사성어다.
한신(韓信)은 한(漢)나라 고조(高祖)가 된 유방(劉邦)의 수하로 들어가 일등공신으로 초왕(楚王)이 된 사람이지만 어려서는 매우 빈궁해 남의 식은 밥이나 얻어먹고 지내는 처지였다. 친척과 친구들도 멀리하니 한신은 할 수 없이 강가에 나가 고기를 낚아 허기를 채우곤 했다.
그때 강가에서 인근 동네 사람들의 무명옷을 빨아 염색하는 일을 하던 한 부인이 한신의 처지를 안타까워하면서 그에게 밥을 챙겨주었다. 빈궁한 처지에 부인의 도움을 받게 된 한신은 마음속 깊이 감사했다. "제가 앞으로 출세하게 되면 반드시 부인의 온정에 보답하겠습니다."
부인은 화를 내면서 손사래를 쳤다. "밥 한 끼 먹은 걸 무슨 보답까지 한단 말이냐!"
나중에 출세한 한신은 자신에게 밥을 챙겨주었던 그 부인에게 사람을 보내 일천 냥의 황금으로 감사를 표시했다. 후세 사람들은 일반천금(一飯千金)이라는 성어를 만들어 '잊지 않고 은혜를 갚았다'는 의미로 썼다.
입력시간 : 2010/03/31 1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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