阿堵物 (아도물)

아도물(阿堵物)

阿 언덕 아 | 賭 걸 도 | 物 만물 물

이 물건이라는 말로, 돈을 가리킨다. 중국 진(晉),송(宋)의 속어로, 돈을 달리 이르는 말.

위진시대(魏晉時代) 왕이보(王夷甫)라는 자가 있었다. 그는 죽림칠현(竹林七賢) 중 한 사람인 왕융의 사촌동생이다. 왕이보는 성격이 고아하여 세속적인 일보다는 청담(淸談)하기를 좋아하였다. 이런 성격 탓인지, 흉노가 진나라 도읍 낙양(落陽)을 쳐들어왔을 때도 싸움 한번 제대로 하지 못하고 죽고 말았다.

왕이보의 아내는 재주가 낮고 성격이 강퍅했으며 재물을 모으는 일을 크나큰 기쁨으로 알고 사는 그런 여자였다. 게다가 남편의 일에 간섭이 심했다. 왕이보는 이를 근심만 했지 어떻게 막을 길이 없었다. 이 때 왕이보와 같은 고향 출신인 유주자사 이양이 서울에서 유협을 이끌고 있었다. 왕이보의 아내도 이양만은 두려워했다.

그래서 왕이보는 아내를 달랠 때마다 이렇게 말했다.

"나만 당신이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이양도 역시 당신의 하는 일을 지나치다고 보고 있소."

한번은 왕이보가 한번도 입으로 '돈'자를 내뱉어 본 적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돈만 좋아하는 아내를 탐탁하게 여기지 않자, 부인을 이를 시험해 보기로 했다. 그래서 여종을 시켜서 그가 잠든 사이 돈을 가져다가 침대 둘레에 뿌려 막아서 나오지 못하게 했다.

왕이보는 잠에서 깨어 보니 돈에 막혀 나갈 수 없게 되자, 여종을 불러 소리쳤다.

"어서 이 물건(阿堵物)을 치워라!"

[출전] 세설신어(世說新語) 규잠(規箴)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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